▲ 한구현 前 광역단체장 선거캠프 사이버팀장/한류연구소장
16대 대선이 있었던 지난 2002년은 역사상 최초로 인터넷언어(HTML)를 이해한 대통령이 당선된 해 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당시 외신들은 앞다투어 디지털 대통령의 등장을 이른바 ‘노무현 효과’라고 칭했고, 이후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노무현 따라하기’에 열중했다. 하지만 이후 인터넷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어 왔고 2011년 현재까지도 이러한 논쟁은 진행형 양상에서 크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는 지난 10·26 재·보궐선거에서 무시무시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고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은 이제 조금 익숙해진 기존의 포털 사이트 외에 그동안 애써 깍아 내리려고 했던 SNS를 다시 공부하고 익숙해져야 하는 숙명적인 과제를 떠안게 됐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필자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사이버팀장직을 제의 받았으나 하루 만에 정치인(보좌관)에게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당시 캠프 고위관계자는 “위에서 시키니까 사이버팀을 만들지만 선거에 대한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고 결국은 TV토론에서 승부가 날 것이다”라고 사석에서 말한 바 있다. 이후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의 인터넷 선거활동을 모니터링 했는데, 노 후보 측은 인터넷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 후보 측을 압도했고 한나라당 사이버팀은 아르바이트 수준의 무성의한 글들을 만들고 퍼다 나르는 수준이었다. 정치에 무관심한 일반인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작업’ 수준의 아마추어리즘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지만, 한나라당은 그 위험성을 끝까지 인지하지 못하고 외면한 채 바위에 계란 치는 식의 무의미한 대응으로만 일관했다. 필자가 돌이켜 보건대 차라리 당시 이 후보 측이 사이버상에서 차라리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면 대선 결과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2011년 올 보궐선거 당시 한나라당은 또 다시 같은 실수를 SNS에서 저질렀다. 트위터에 자신의 아이디로 다른 사람인 것처럼 홍보하는 해프닝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인터넷 초기 같은 IP주소로 자작글을 만들다 망신을 당하는 수준의 초보적인 실수였다. SNS에 친숙하지 못한 아마추어가 SNS의 구조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홍보활동을 하다가 진보진영의 비웃음을 샀던 것이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필자는 한나라당 광역단체장 선거의 사이버 팀장으로 활동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당시 선거캠프를 총괄 지휘했던 캠프 위원장은 사이버홍보의 중요성을 깨닫고 사이버팀에 힘을 실어주었고 사이버홍보에 관한 한 모든 권한을 사이버팀장에게 위임했다. ‘이번에는 예전과는 뭔가 다르겠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당시 한나라당 선거캠프에서 받은 첫인상은 출입문과 캠프의 오프라인 보안은 개미새끼 얼씬 못할 정도로 철통 같았던 반면, 온라인에서는 전혀 달랐다는 점이다. 초보 해커도 뚫을 만큼 사이버 보안이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홍보에는 강했지만 온라인 홍보는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내가 처음 시작한 일이 한나라당에서 온라인 보안을 강화하고 인터넷 홍보의 중요성을 강의한 일이었다.

왜 한나라당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90년대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의 몰락과 자유민주주의 확산과 함께 기세가 꺽였던 진보진영은 디지털시대에 기사회생 수준을 넘어 그야말로 새로운 전성시대를 맞았다. 그것은 인터넷 공간이 진보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진보와 인터넷은 태생적 친밀성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진보진영의 절대적 우위를 보이는 연구결과는 이미 2004년에 나온 바 있다. 기존의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과 담론에서 맹위를 떨치던 진보진영에게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같은 SNS의 등장과 SNS 선거운동이 합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은 호랑이에게 그야말로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이제 진보성향의 사이버 논객들이 온라인 담론에서 과점을 넘어 독점으로 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다급해진 보수진영은 부랴부랴 ‘노무현 따라하기’에 정성을 들였지만 적의 안방에서 싸우는 모양새이다. ‘디지털 스킨십’이 태생적으로 부족한 한나라당은 어이없는 ‘자살골’을 늘 넣고 있는 것이다. 보수진영에는 디지털 스킨십을 가진 지도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디지털 마인드를 갖춘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디지털홍보전문가는 HTML의 이해뿐만 아니라 인문사회적인 교양과 정치적 감각을 갖추어야 한다. 진보진영에서 흔한 전문가가 한나라당에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문제는 또 있다. 선거 때 전문가를 발탁해도 선거 후 중용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사이버상에서 어설픈 댓글 조작이나 초급해커도 웃을 추적 가능한 디도스 공격을 무모하게 감행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듯이 사이버 여론조성이나 해킹과 사이버공격 같은 고난도 행위는 작금의 한나라당에게 맞지 않는 옷과 같다. 적의 안방에서의 전투는 백전백패이고 마치 골리앗과 다윗이 싸우는 형국이다

필자가 아는 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준의 디지털 스킨십을 갖춘 한 정치인이 2012년 대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이 후보는 누구에게나 버거운 상대가 될 것이다. 그는 바로 아이러니하게도 보수정당의 유력 대선후보 박근혜 위원장이다. 박 위원장은 인터넷을 이해하고 네티즌과의 스킨십을 잘하고 디지털을 감성으로 이해하는 디지털 마인드 소유자이다. 노 전 대통령이 1997년 노하우(Know-How)라는 인명 데이터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 정도의 디지털 전문가라면, 아마도 박 위원장의 경우는 전자공학이라는 전공이 디지털 이해도를 높이지 않았나 필자는 추론해본다.

박 위원장이 기존 포털과 SNS상에서 대리인이 아닌 본인이 직접 관여하고 치밀하게 움직이는 것이 감지된다. 인터넷 홍보 관점에서 보자면 한나라당 출신이면서 전혀 한나라당 같지 않은 이러한 박 위원장의 행보는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웃을 가능성을 높게 만들어주는 기폭제로 작용하는 한편 요즘 연일 터지는 악재로 초상집을 지나 폐가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한나라당 또한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

글/ 한구현 前 광역단체장 선거캠프 사이버팀장/한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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