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구현

대표적인 한국적인 먹거리를 제공해온 본죽이 요즘 심하게 두들겨 맞고 있는 모양이다. 한 공중파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일부 본죽 가맹점에서 먹다 남긴 반찬과 인삼, 대추 같은 식재료를 재사용하고 정량을 속여 1인분의 식재료로 2인분의 죽을 만들었다는 고발방송 이후 비난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로 지적된 가맹점은 즉시 영업정지 조치가 취해졌지만 죽 전문점 고발방송 이후 비난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유야 어떠하든 본사의 관리소홀 등으로 일부 가맹점의 부도덕한 영업행위로 말미암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소비자들에게 ‘웰빙 슬로우푸드’ 이미지로 안심먹거리를 제공해 온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본죽이 지금과 같은 ‘마녀사냥’ 식의 여론재판에 내몰리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의를 일으킨 해당 가맹점의 ‘부도덕’한 영업의 밑바탕에는 정당한 이윤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더 많은 이익만 얻고자 하는 인간의 나약한 욕망이 숨어 있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은 어찌 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양심과 도덕과 법과 질서가 공존하는 ‘사회’라는 울타리 속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셀프 컨트롤(self-control)’해야 한다는 점을 이들 가맹 점주들은 잊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의 경우 프랜차이즈를 만들 때 추구했던 것이 맥도날드식 ‘All in One’으로 바보도 운영하는 가맹점이었다. 기본적으로 가맹주의 이른바 ‘자율의지’를 믿지 않고 본사가 거의 모든 것을 처리해주는 방식을 원했었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필자의 회사는 맥도날드가 아니었고 프랜차이즈시스템이란 것을 완벽하게 구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통렬하게 깨달았던 것이다.

최근의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본사에 우호적인 가맹점이 매출과 수익이 높고, 이러한 가맹점은 또한 본사에 우호적인 가맹점주가 많으며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필자로서는 무릎을 탁 칠만한 조사결과였다. 우리 회사도 또한 본사에 우호적인 가맹점주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높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본사 탓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우리 가맹점들은 대부분 매출이 타사 프랜차이즈 한복대여전문점들에 비해 훨씬 높아서 불만이 높지 않고, 많은 가맹주들이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라 몰지각한 행태를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착한 본사, 그렇지 않은 가맹점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한 업종에서 대표적인 1등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그 회사는 상권, 마케팅, 인테리어 매뉴얼, 가구 디자인 등에서 타사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맹희망자는 선금만 내고 중도금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본사로부터 가맹점 오픈을 위한 제반 서비스를 제공받고는 개장에 즈음하여 가맹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해지요청시에는 영업을 접고 다른 사람에게 매장을 넘긴다고 말해놓고는 해지 직후 경쟁사 상품을 들여와 개장을 하였다. 즉, 맥도날드와 가맹계약을 하고 인테리어 공사까지 마친 뒤 저렴한 타사 햄버거를 들여와 파는 격이다. 더 나가 적반하장 식으로 귀책사유를 본사로 돌렸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별의별 가맹주도 존재하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프랜차이즈 문제가 불거지면 보통 본사의 횡포에 대해 많이 다루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가맹주들의 몰지각한 행태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의 회사는 가맹희망자 수백명 중 선별해서 가맹점을 내준다. 어떤 가맹희망자는 돈을 싸들고 오고 이메일로 협박하다시피 했지만 끝내 가맹점을 내주지 않았다. 한명의 잘못된 가맹주는 본사와 다른 가맹주들에게 복구할 수 없는 엄청난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녹녹치 않은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살아야 가맹주들도 혜택을 보는데 그런 상생의 마음가짐을 가진 가맹주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는 가맹주들의 자질이 중요한데 이것을 검증해내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고 부적절한 가맹희망자를 거부할 때는 종종 송사에 휘말리기도 한다.

지금 뭇매를 맞고 있는 본죽의 현실이 달갑지 않은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자영업자는 약 566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40%에 육박하고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치열한 경쟁 속에 내몰린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올해 내수부진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때리기 식의 여론몰이는 이들 가맹점주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벌써부터 전국에 산재한 본죽 1250개에 이르는 대다수의 선량한 가맹점주들이 매출감소를 겪는 등 그 피해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야말로 업친데 덮친격으로 가맹점주들에게 매우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형 프랜차이즈 중 ‘본죽’의 가맹점들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알짜배기가 많지가 않다. 필자의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가 19개에 불과한데도 관리가 녹녹하지 않다. 그런데 1000개가 넘는 가맹점주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본죽의 경우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경의의 대상이다.

지난 해 ‘렉서스 리콜 사태’가 일어났을 때 우리 회사는 렉서스 차량 구입을 전격 결정하였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렉서스가 파격적인 혜택을 줄 것은 당연했고, 상품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한 브랜드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당시 담당 영업사원의 ‘왜 아무도 사지 않을 때 렉서스를 사는가’란 질문에 필자는 이렇게 답변하였다.

‘렉서스는 렉서스다‘

지난 22일은 동짓날이었고 직원들과 함께 본죽을 먹었다. 이번 불미스런 사태가 대표적인 한국적인 먹거리 본죽의 웰빙, 건강, 자연이란 가치마저 심하게 훼손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본죽은 본죽이다’


글:한구현 한스시즌투 대표이사(前 한양대 연구교수)

- 필자와 본아이에프(본죽 본사, 김철호 대표)와는 일면식도 없는 관계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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